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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무거운 말ㅣ신미나

무거운 말

                    신미나

 

요새 택배비 얼마나 한다고

저 무거운 걸 지고 다녀

거지같이

 

누구더러 하는 소린가 했더니

 

붐비는 사람들 사이로

아버지가 온다

쌀자루를 지고 낮게 온다

 

거지라니,

불붙은 종이가

얼굴을 확 덮친다

 

다 지난 일인데

얼굴에 붙은 종이가

떨어지지 않는다

 

신미나는 1978년 충남 청양에서 태어났다. 200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부레옥잠」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그녀는 일러스트레이터이며 카피라이터이기도 하며 웹툰 시집 『시누이』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번 시집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는 일상의 아픈 것들을 주로 노래한다. 목소리는 잔잔하고 조용하다. 죽은 사람들이나 떠나간 사람들이나 잃었거나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자주 나오는 것은 그녀가 보는 세상의 아픈 풍경들 때문이다.

「무거운 말」은 그녀의 시세계의 단면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시 속의 화자는 아마도 그녀 자신을 것이다. 모두들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요새 택배비 얼마나 한다고/ 저 무거운 걸 지고 다녀/ 거지같이’라고 누군가 하는 말이 들렸다. 누구더러 하는 소린가하여 그 말소리가 들리는 뒤를 돌아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붐비는 사람들 사이로 아버지가 오는 것이다. ‘쌀자루를 낮게 지고’ 오는 것이 보이는 것이다. 순간 ‘거지라니’ 모욕감과 분노가 그녀를 덮쳤다. 마치 불붙는 종이가 얼굴을 덮치듯이. 다 지난 일이지만 생각하면 그 모욕감과 분노는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세 치 혀의 폭력은 일상화 되어 있다. 우리들은 생각보다 더 참혹한 세상에 살고 있다. '창비' 간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 중에서. 김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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