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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산골의 가을저녁ㅣ왕유

산골의 가을저녁

                                             왕유

 

비 개인 산

성큼 다가선 가을

밝은 달

소나무 사이에 비치고

맑은 물

돌 위를 흐른다

대나무숲 버석이더니

빨래터 아낙네 돌아오고

연잎 흔들리더니

고깃배 지나누나

흘러간 세월 따라 꽃들은 지고 없지만

풍류 즐기는 젊은이

이 곳에 머물러 봄직도 하이

 

왕유(699-759)는 산서성 출신으로 상서우승의 벼슬을 지냈다. 다른 시인들과는 다르게 고위관직을 지낸 그의 시에는 불교적 색체가 강해 시불(詩佛)이라고 불리는 대표적인 산수시인이다. 그는 당대의 대표적인 시인 이백과 두보와 대비된다. 이백처럼 능동적으로 낭만적 기질을 발휘하지도 않았고 두보처럼 정치적 현실이나 사회적 현상을 작품에 반영하지도 않았다. 그는 외부로 부터의 오는 모든 것들을 고즈넉하게 받아들여 이를 내성적으로 심화시켜나갔다. 이를 통해 자기응시와 인간적 고독을 다시 자연에 투사하는 방법으로 시세계를 밀고 갔다. 왕유의 시에 인간에 대한 원망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는 오히려 범용한 하나의 인간으로서의 고뇌를 진지하고 솔직하게 표현한 시풍으로 독자들의 공감과 사랑을 얻고 있다. 그는 그림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여 남종화의 시조로도 일려져 있다.

「산골의 가을저녁」은 자연에 투사된 화자의 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이다. 비개인 산에 성큼 가을이 다가오고 소나무 사이로 밝은 달이 비치는 산골의 초저녁이다. 돌돌거리는 물소리가 들리고 대나무잎 버석이는 소리 나더니 빨래터에서 아낙들이 돌아온다. 호수에 연잎 흔들리는 이유는 고깃배가 지나가기 때문. 꽃들은 지고 없지만 젊은이들 이곳에 머물러 풍류를 즐기는 것도 좋겠다고 산골의 가을 풍경을 노래한다. 민음사 간 왕유의『왕유 시선』 중에서. 김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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