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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여승

           백석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 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백석(1912-1996)은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나 오산고보를 졸업하고 동경의 아오야마 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1934년 귀국하여 조선일보사에 입사했으며 1935년 시「정주성」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그의 향토성 짙은 문장과 시어들이 독창적인 향기를 지녀 많은 시인들이 백석의 시를 닮으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백석은 백석 한 사람으로 충분하다.

「여승」은 일제 강점기에 비극적 삶을 살아가는 한 여인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가난 때문에 가족을 잃고 여승이 되기까지의 고단한 여정과 여승의 비극적 삶을 통한 시대적 현실을 서정적이며 애상적으로 그리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민족적 비애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가지취의 냄새가 나는 늙은 여승은 합장으로 예를 다하지만 화자는 그 모습이 불경처럼 서럽다. 오래 전에 금점판에서 파리한 모습으로 옥수수를 팔다 칭얼대는 어린 딸을 때리고는 차게 울던 여인이다. 남편은 대책 없이 집을 나가 10년이 흘렀고 어린 딸은 죽어 돌무덤에 묻혔다. 그녀는 산뀡이 슬피 우는 날 산사의 마당 귀퉁이에서 머리를 깎고 여승이 된 것이다. '도서출판 소와다리' 간 『백석 시집 사슴』중에서. 김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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